기획자 없이 살아남기: 개발자가 PRD를 써야 하는 이유

Product Requirements Document(PRD)이 무엇인지, 왜 개발자도 PRD를 써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쓰면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Insight
Product, PRD, Collaboration

들어가며

“이거 간단한 건데, 빨리 만들어주세요.”

개발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말.
가벼운 마음으로 “네, 금방 하죠!” 하고 시작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 다들 있으시죠?

특히 기획자가 따로 없거나 팀 규모가 작을 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일단 화면부터 그려볼까요?” 하고 디자인부터 잡거나, “일단 기능부터 만들죠” 하고 코드부터 짜기 시작하죠.

하지만 막상 진행하다 보면,

  • “어? 이 버튼 누르면 로그인은 된 상태인가요?”
  • “이 데이터는 어디서 가져오죠?”

뒤늦게 쏟아지는 질문들에 수정하고, 또 수정하다 보면 어느새 ‘간단한 기능’은 ‘야근의 주범’이 되어있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PRD(Product Requirements Document) 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문서가 아니라, “우리 지금 뭐 만드는 거야?” 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죠.

오늘은 개발자가 왜 PRD를 써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PRD란 무엇인가?

PRD에는 보통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됩니다:

  • 배경 및 목적 : 왜 이 기능을 만드는가?
  • 목표 : 이 기능으로 달성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 사용자 스토리 : 누가, 어떤 상황에서, 왜 이 기능을 사용하는가?
  • 기능 요구사항 :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이 필요한가?
  • 비기능 요구사항 : 성능, 보안, 접근성 등의 고려사항
  • 범위 정의 : 이번에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Scope / Out of Scope)
  • 일정 및 마일스톤 : 언제까지 무엇을 완료할 것인가?

기획자가 있는 회사에서는 기획자가 이 문서를 작성하고,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이를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기획자가 없다면? 누군가는 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죠.


왜 개발자가 PRD를 써야 하는가?

1. “간단한 기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그인 기능 하나 추가해주세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구현하려면 수많은 질문이 생깁니다.

  • 소셜 로그인도 지원하나요?
  • 비밀번호 찾기는요?
  • 로그인 실패 시 몇 번까지 허용하나요?
  • 자동 로그인은요?
  • 세션 만료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이런 질문들이 개발 중간에 튀어나오면, 그때마다 작업이 중단되고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발생합니다.
PRD를 미리 작성하면 이런 질문들을 개발 시작 전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2.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여준다.

PRD 도입 전, 일반적인 플로우는 이럴거예요.

요구사항 전달 → 디자인 진행 → 개발 시작 → "어? 이건 고려 안 했는데?" 
→ 다시 논의 → 디자인 수정 → 개발 수정 → 반복...

PRD 도입 후에는 이렇게 변했습니다.

요구사항 전달 → PRD 작성 → 리뷰 및 협의 → 디자인 진행 → 개발 진행 → 완료

PRD를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같은 그림을 보고 시작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분도 “아, 이 기능이 이런 맥락에서 필요한 거구나”를 이해하고 작업하시니,
중간에 엎어지는 일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3. 스코프 크리프(Scope Creep)를 방지한다.

개발하다 보면 “이것도 추가하면 좋겠다”, “저것도 넣으면 어때?”라는 요청이 들어옵니다.
PRD에 범위(Scope) 를 명확히 정의해두면, 이런 요청에 대해
”이번 버전에서는 범위 밖입니다. 다음 버전에서 고려하겠습니다”
라고 근거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4. 나중에 “왜 이렇게 만들었지?”에 대한 답이 된다.

6개월 후, 해당 기능을 수정해야 할 때 PRD가 있으면 당시의 의사결정 맥락 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코드만 보고는 알 수 없는 “왜”에 대한 기록이 남는 것입니다.


누가 PRD를 쓰면 좋은가?

PRD는 기획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개발자도 PRD를 작성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 기획자가 없는 소규모 팀 : 누군가는 기획을 해야 합니다. 서비스를 가장 잘 이해하는 개발자가 적임자일 수 있습니다.
  • 사이드 프로젝트 : 혼자 진행하더라도 PRD를 쓰면 생각을 정리하고, 나중에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기술 주도 기능 개발 : 기술 부채 해결, 리팩토링, 성능 개선 등 기술적인 이유로 시작된 작업도 PRD로 정리하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 쉬워집니다.
  • 복잡한 기능 구현 전 : 머릿속으로만 정리하기엔 복잡한 기능이라면, 글로 써보는 것만으로도 빠진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PRD 작성법: 실전 템플릿

제가 실제로 사용하는 기본 PRD 템플릿 입니다.
상황에 따라 항목을 추가하거나 생략해도 됩니다.

# [기능명] PRD
 
## 1. 개요
- **작성자** : 
- **작성일** : 
- **상태** : Draft / In Review / Approved
- **관련 문서**: (디자인 링크, 기술 문서 등)
 
## 2. 배경 및 목적
왜 이 기능이 필요한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
 
## 3. 목표
이 기능을 통해 달성하려는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 목표 1
- 목표 2
 
## 4. 사용자 스토리
> "나는 [사용자 유형]으로서, [목적]을 위해 [기능]을 원한다."
 
## 5. 기능 요구사항
### 5.1 필수 기능 (Must Have)
- [ ] 기능 A
- [ ] 기능 B
 
### 5.2 선택 기능 (Nice to Have)
- [ ] 기능 C
 
## 6. 비기능 요구사항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
- 성능: 
- 보안: 
- 접근성: 
 
## 7. 범위 정의
### In Scope (이번에 하는 것)
- 항목 1
- 항목 2
 
### Out of Scope (이번에 하지 않는 것)
- 항목 3 (사유: ...)
 
## 8. 와이어프레임 / 디자인
(스크린샷 또는 링크)
 
## 9. 기술 고려사항
- 사용할 기술 스택
- API 설계 방향
- 주의할 기술적 제약사항
 
## 10. 일정
| 마일스톤 | 예상 완료일 | 담당자 |
|---------|-----------|-------|
| PRD 확정 | YYYY-MM-DD | |
| 디자인 완료 | YYYY-MM-DD | |
| 개발 완료 | YYYY-MM-DD | |
| QA 완료 | YYYY-MM-DD | |
 
## 11. 참고 자료
- 레퍼런스
- 관련 기술 문서

PRD 작성 팁

1. 완벽할 필요 없다!

처음부터 모든 항목을 채우려고 하면 시작조차 못합니다.
일단 배경, 목적, 주요 기능 만이라도 적어보세요.
나머지는 리뷰 과정에서 채워나가면 됩니다.

2. 이해관계자와 함께 리뷰한다.

PRD는 혼자 쓰고 끝나는 문서가 아닙니다.
작성 후 디자이너, 다른 개발자, 필요하다면 요청자와 함께 리뷰하세요.
”내가 이해한 게 맞나요?”를 확인하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3. Out of Scope를 명확히 한다.

“하지 않을 것”을 정의하는 건 “할 것”을 정의하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애매하게 남겨두면 나중에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4. 살아있는 문서로 관리한다.

PRD는 한 번 쓰고 끝나는 문서가 아닙니다.
개발 중 변경사항이 생기면 PRD도 업데이트하세요. 단, 변경 이력은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5. 너무 길게 쓰지 않는다.

PRD가 너무 길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
핵심만 담고, 상세한 내용은 별도 문서로 분리하세요.


마치며..

완벽한 PRD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뭘 만들 건지”에 대해 모두가 같은 이해를 갖는 것 입니다.
그 목적만 달성한다면, 형식은 상황에 맞게 조절하면 됩니다.

기획자 없이 고군분투하고 계신 개발자분들께, PRD가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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